동방박사 3왕
성 발타사르(Balthasar) 성 가스파르(Gaspar) 성 멜키오르(Melchior)
축 일 : 1월 6일
신 분 : 동방박사
활동 지역 :
활동 년도 : +1세기
같은 이름 : 발타살, 가스발, 가스팔, 멜키올
예수 아기를 예배하기 위하여 동방에서 온 현인 세 사람에 관한 기록이 마태오 2장 1-2절에 언급되어 있다. 그들은 헤로데로부터 아기 나실 곳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유다 베들레헴이라고 대답하고 별을 따라 가서 아기를 찾아 “경배하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고대의 전승에 의하면 이들은 현인(Magi)들로서 성 발타사르(Balthasar), 성 가스파르 그리고 성 멜키오르(Melchior)라고 한다. 현대 학자들은 그들이 바빌로니아(Babylonia)나 아라비아(Arabia)에서 온 점성가들로 믿고 있다.
[가톨릭 홈]
[교회의 빛나는 인물들] 동방박사(3왕) 발타살, 멜키올, 카스팔 (1)
장인산 베르나르도 신부/ 강서동 본당 주임
베들레헴에 탄생하신 예수 아기를 경배하기 위하여 동방에서 온 현인 세 사람에 관한 기록이 마태오 복음 2장 1-2절에 언급되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헤로데는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불러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 보니, 그들은 미카 예언자와 사무엘 예언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유다 고을 베들레헴이라고 대답하였다. 헤로데왕은 동방박사들에게 베들레헴을 알려주고 나서 예수 아기를 찾거든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사실은 경배하러 가겠다는 말 속에 음흉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동방박사들은 다시 별의 인도를 받아 결국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께 엎드려 경배를 드리고 미리 마련하여 가져간 보물 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4-11 참조) 그리고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마태 2,12)
고대의 전승에 의하면 이들은 ‘현인(Magi)’들로서, ‘발타살’, ‘멜키올’, 그리고 ‘카스팔’이라고 한다. 현대 학자들은 그들이 바빌로니아나 아라비아에서 온 점성가들로 생각하고 있다.
[2013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주주보 3면]
헤로도토스는 다니엘서 1장 20절, 2장 2절과 10절, 27절, 4장 4절, 5장 7절과 11절, 15절의 구절들을 예로 들면서 그들이 하늘에 나타난 현상들을 설명하며 제사를 드리는 역할까지 담당하였던 페르시아의 부족 출신 ‘현인(賢人)’ 및 ‘점성가(占星家)’들이라고 설명하였다. 교부들은 그들이 예수님을 만난 후 다른 사람들이 되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았다고 해설하였다.
독일 쾰른 대성당에는 제대 뒤편 금관 속에 세분의 동방박사들의 두개골을 모셔놓고,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금관을 열어서 어린이들에게 공개한다. 그러면 이날 성당 안으로 모여온 5천 여 명의 어린이들이 동박박사들과 같이 단장을 하고, 그날 교우 집들을 방문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성금을 모금한다. 집집에서는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씩 나누어 주는 동시에 성금을 봉헌하여 준다.
동방박사들은 ‘여행가들의 주보 성인’으로 공경을 받는다. 그중에 한 사람은 흑인으로 구유에 표현된다. 이런 전통은 성 게레온 성당에서 시작되었는데, 구유를 지키는 사람들의 형상 중에 아프리카의 군인 한 사람을 세워놓은 데에서 발전되었다. 교회는 동방박사들의 축일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함께 지낸다.
[2013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 청주주보 3면]
[성경 속의 인물] 동방박사
신은근 바오로 신부(미국 덴버 한인성당 주임)
동방박사 이야기는 마태오복음에만 있다. 그들은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의 귀인들이다. 별이 특정장소로 사람을 이끈다는 것은 고대인들에게는 상식적인 일이었다. 별은 베들레헴과 연결된다. 당시 이곳은 예루살렘 남쪽 8km 지점에 있던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예언서에 기록된 메시아의 탄생지였다(미카 5,2).
그러나 핵심은 이곳에서 다윗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있다(1사무 16,1). 마태오복음은 유다인을 염두에 두고 기록되었다. 그들에게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리려는 것이 복음작가의 의도였다. 그래서 1장 서두부터 족보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께서 다윗왕가의 후손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2장 서두는 동방박사 이야기다. 예수님께서 다윗왕의 탄생지와 같은 곳에서 태어나셨음을 알리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복음작가는 박사들의 입을 빌려 자신이 복음서를 기록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동방은 희랍어 아나톨론(anatolon)의 번역이다. 현재 터키의 아시아 지역을 이루고 있는 반도를 아나톨리아라 한다. 여기서 유래된 단어다. 희랍인들은 자신들의 땅 동쪽을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유다인들도 예루살렘 동부 지역을 그렇게 불렀다. 특히 바빌론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바빌론은 유다인들이 포로생활을 했던 지역이다. 그들이 예루살렘으로 모두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상당수는 남아 있었고, 나름대로 조직을 이루고 있었다. 최초의 해외 유다인 공동체(디아스포라)였다.
박사는 희랍어 마코이(makoi)의 번역이다. 구약의 다니엘서에 의하면 마코이가 하는 일은 꿈을 해몽하거나 별을 보고 나라의 길흉을 점치는 사람들이었다. 다니엘 예언자도 마코이 출신이었다(다니 5,11). 동방박사는 바빌론의 유다인 공동체와 연관된 인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예물을 바쳤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다. 황금은 왕이 사용하는 금속이었고 유향은 향기 나는 풀에서 추출한 방향제였다. 이것은 성전 제사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었다. 몰약 역시 고급 방부제로 귀인이 아니면 쉽게 구할 수 없었다. 모두 특별한 상징이 있다. 메시아와의 연관성이다.
[2012년 8월 5일 연중 제1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동방박사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한 최초의 이방인이다. 마태오복음에는 그냥 박사들로 나온다. 세 명이라 주장한 이는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오리게네스(185-254)였다. 그들이 예물 셋을 바쳤기에 세 명이라 했던 것이다. 훗날 교회가 받아들였다.
한편 이들을 왕이라 한 사람은 테르툴리아누스(155-230) 교부였다. 초기에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6세기부터 시편 72장을 근거로 받아들였다. 이런 이유로 동양에서는 공현축일을 삼왕내조(三王來朝)라 했다. 내조는 외국사신이 찾아와 문안한다는 뜻이다. 삼왕의 이름은 가스파르(Gaspar), 멜키오르(Melchior), 발타사르(Balthasar)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름은 외경인 ‘예수 유년기복음’에 등장한다.
멜키오르는 황금을 가지고 온 노인이었다. 가스파르는 유향을 바쳤으며 수려한 용모의 청년이었다. 몰약을 바친 발타사르는 터번을 두른 중년이었다. 황금은 왕권을 상징하고 유향은 사제를 위한 예물이다. 몰약은 죽음과 구원을 암시한다. 예물이 구유의 아기에게 바쳐졌다는 것은 메시아로 선언한다는 행동이었다.
중세에는 성인들의 유해를 모신 화려한 성당을 짓는 것이 모든 도시의 염원이었다. 피렌체는 세례자 요한의 유해를 모신 성당을 지었고 베네치아는 이집트에 있던 마르코의 유해를 가져와 마르코 대성당을 지었다. 밀라노 역시 콘스탄티노플에 있던 삼왕의 유해를 모셔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프리드리히 1세에게 빼앗기고 만다. 황제는 삼왕의 유해를 모실 성당을 짓기 시작했는데 오늘날의 쾰른 대성당이다. 현재도 매일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는 유럽 최고의 순례성당이다.
메시아의 출현은 이스라엘의 염원이었다. 바빌론 포로 이후에는 흩어진 유다인들을 묶는 공동이념이 되었다. 그들은 메시아를 ‘유다인의 왕’이라 부르며 기다렸다. 예수님의 죄목이 된 유다인의 왕(INRI)이라는 명패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헤롯 임금은 동방박사들이 돌아간 뒤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살해했다. 유다인 왕의 출현을 막는다는 구실이었다. 헤롯은 기원전 4년 70세로 죽었다. 동방교회에서는 삼왕의 방문을 별도로 기념하지 않고 1월 6일에 성탄과 함께 지내고 있다.
[2012년 8월 26일 연중 제21주일 가톨릭마산 14면]
[명화 속 불멸의 성인들] 동방박사의 경배
동방박사의 ‘별’ 생동감 있게 그려
- 작품해설 : 지오토, <동방박사의 경배>, 프레스코화, 1303년-05년, 200 x 185cm, 파도바, 스크로벤니 예배당.
아기 예수가 헤로데 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 때 동방에서는 박사들이 별을 따라 예루살렘에 와서 헤로데 왕에게 “유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자신이 왕인데 왕이 또 태어나다니 헤로데는 깜짝 놀랐다. 그는 박사들을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는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경배하겠소”라고 말했다.
박사들은 동방에서 본 별을 따라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서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기뻐서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이 이야기는 신약성경의 일부분을 요약한 것으로 지오토는 바로 이 부분을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제목으로 그렸다.
지오토의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오른 쪽 지붕 밑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요셉, 그리고 두 천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 앞에는 세 명의 동방박사가 있고 동행인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인물이 더 있으며 동방박사들이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 낙타도 있다.
성모 마리아는 신에 대한 헌신의 상징인 붉은색의 드레스와, 영성의 상징인 푸른색 망토를 입고 아기 예수를 안은 채 박사들로부터 경배를 받고 있다. 아기 예수는 붕대로 온몸을 싼 수의를 입고 있어서 인류를 위해 대신 죽으실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요셉은 나이가 많은 노인의 모습으로 흰머리에 흰수염을 하고 있으나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 표정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첫 번째 동방박사는 가장 연장자로서 아기 예수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데 금관을 벗어 예를 갖춘 모습에서나 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서 아기 예수에게 예를 다하여 경배를 드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사는 박사가 선물한 황금을 이미 들고 있으며, 나머지 두 박사는 유향과 몰약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서로 나이가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듯, 중년의 남자는 수염이 있고, 보다 젊은 동방박사는 수염 없이 그렸다.
성경에는 없지만 지오토는 센스를 발휘하여 수행원을 두 명 더 그려놓았는데 그 중 한 명만 얼굴이 보이고 다른 한 명은 이마만 아주 조금 보일 뿐이다. 낙타도 이 기쁜 일에 동참하려는 듯 표정에서 웃음이 배어나고 있다.
나는 지오토의 이 작품을 최근에 아주 가까이서 볼 기회를 가졌는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지붕 위에 다이나믹하게 그려진 붉은 혜성이다. 동방박사가 먼 이국땅에서부터 별을 따라 아기 예수가 있는 곳을 찾아왔으니 별이야말로 이 그림의 주인공에 속한다. 그런데 지오토 이전과 이후에 과연 그 누가 동방박사의 별에 관심을 가지고 그렸는가를 생각해 보니 지오토의 작품 외에는 별다른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자들은 이 혜성이 지오토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던 철학자 피에트로 다바노(Pietro d’Abano, 1257~1314)가 언급했던 혜성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별을 상징적인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이처럼 생동감 있게 그린 것은 지오토가 천문학에 상당한 관심을 가졌음을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 과학의 시작은 화가의 관찰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가톨릭신문, 2009년 11월 15일, 고종희(한양여대 교수 · 서양미술사)]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g/giotto/padova/3christ/scenes_1/chris02.jpg)
[말씀이 있는 그림] 가장 귀한 선물은?
알브레히트 뒤러 - 동방박사의 경배, 1504년, 나무에 유채, 100x114cm,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 독일 르네상스 화가)는 작품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먼 곳에서 찾아온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께 경배하고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고”(마태 2,11)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화(聖畵)에서 세 명의 동방박사는 노년, 장년, 청년의 모습으로 각기 다른 연령층으로 표현된다. 신대륙 발견 이후 이들의 이미지는 백인, 황인, 흑인의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각기 다른 연령층은 인간의 삶의 세 단계를 의미하고, 다른 인종의 표현은 아기 예수의 탄생은 온 인류의 기쁨임을 상징한다. 이 그림에서 아기 예수의 탄생은 동방박사들(인간세계)뿐만 아니라 영혼의 상징인 나비, 영혼의 불변성의 상징인 사슴벌레, 이스라엘 백성과 이방인들의 상징인 소와 나귀 등(자연세계)의 표현으로 전우주적인 의미를 말하고 있다.
그림의 가장 앞쪽에는 늙은 왕이 아기 예수에게 무릎을 꿇은 채 황금을 선물로 바친다. 비록 예수가 아기이지만 황금을 드린 것은 생명의 주인이며, 하늘과 땅의 왕으로서 확신하는 고백과도 같은 행위이다. 황금은 ‘임금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림을 살펴보면, 아기 예수의 손에 닿은 황금은 교회 형태를 한 성골상자(성인의 유해를 담는 것)로, 화가는 예수의 구원적인 희생을 암시하여 표현하고 있다. 늙은 왕은 경배의 몸짓으로 ‘임금의 사랑’을 말한다.
그림의 중앙에 머리가 치렁치렁한 장년의 모습을 한 왕은 섬세하게 세공된 향로에 유향을 선물로 바친다. 유향은 가장 거룩한 제사에서 태우는 값비싼 향료로 유일하게 사제만이 봉헌할 수 있다. 향을 피운다는 것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으로 ‘기도와 찬미’를 의미한다. 이 그림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왕의 얼굴은 바로 화가 뒤러의 모습으로, 그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이 사건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그림의 오른쪽에 젊은 흑인은 몰약을 담은 그릇을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릇의 뚜껑은 죽음과 타락을 뜻하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시체의 부패를 막는 몰약은 어린 아기에게 참으로 괴이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 돌아가실 하느님의 어린양임을 뜻하는 예물로서 ‘예수의 고통’, ‘상처와 아픔’을 상징한다. 전설에 따르면 몰약은 낙원에서 온 약초로 병을 ‘치유’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것은 상처와 고통을 아기 예수에게 내맡김으로써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속 화가의 자화상 속에 우리 각자의 얼굴을 넣어본다면, 과연 우리의 손에는 어떤 예물이 들려 있을까? 내가 가장 집착하고 소유하고 싶은 것을 아기 예수께 바칠 때 우리는 예수를 진정한 왕으로서 경배하는 것은 아닐지……. 매일 매일 아기 예수를 그리워하는 기도의 향을 올리고, 상처와 고통을 인내하며 참회하는 몰약은 어떠할까?
[2014년 1월 5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d/durer/1/04/2adorat.jpg)
[말씀이 있는 그림] 세상의 구원자를 알아보았다
만테냐, <동방박사들의 경배>, 1460-64, 목판에 템페라, 86x162cm,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고대유물에 대한 애착이 컸던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년경~1506년)는 로마 건축물과 조각을 깊이 연구하였고, 고대 미술 형식을 철저히 묘사하고, 무대 공간과 같이 구성된 원근법적 공간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만테냐는 유럽에서 가장 멋진 군주의 궁정으로 알려진 만토바의 곤차가 가문의 궁정화가로 일하면서, 후기 고딕의 호화로운 장식이 지성적이고 인문주의적인 궁정양식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그림은 만토바의 산 조르죠 성의 두칼레 성당 장식을 위해 루도비코 2세 곤차가가 주문한 세 폭 제단화(왼쪽 패널 : 예수님 승천, 오른쪽 패널 : 할례)의 중앙 패널 부분으로, <동방박사들의 경배> 장면이다.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그린 주제는 예수님이 메시아임이 드러나게(공현, Epiphany) 되는 의미를 나타낸다. 그러나 만테냐의 이 그림에서는 그리스도의 육화 신비뿐만이 아니라 죽음과 부활의 신비도 시사하고 있다.
오른쪽에 성모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테오토코스)로서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다. 케루빔으로 둘러싸인 성모자가 있는 곳은 마구간이 아니라 동굴이다. 칠흑 같은 어두운 동굴은 탄생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무덤의 공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성모님 위에 동방박사들의 여정을 인도한 자연계의 표징인 하늘의 별에서 빛줄기가 칼처럼 날카롭게 수직으로 동굴을 향해 내려져 있다. 뾰족한 칼은 어머니 성모마리아가 아들의 죽음으로 겪어야 할 고통을 상징한다. 동굴 왼쪽 바위에는 무화과나무가 묘사돼 있고, 동굴 위에는 말라버린 나무에 새순이 자란 가지가 있다. 중세 사람들은 무화과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다고 믿어 왔기에, 이 나무는 그리스도 수난의 상징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말라버린 나무는 죽음을, 새순이 자란 가지는 탄생을 말한다. 그리스도가 죽음 후에 다시 태어나 부활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성화(聖畵)에서 세 명의 동방박사는 노년, 장년, 청년의 모습으로 각기 다른 연령층으로 표현된다.
각기 다른 연령층은 인간의 삶의 세 단계를 의미하고, 다른 인종의 표현은 아기 예수의 탄생이 온 인류의 기쁨임을 상징한다. 동방박사들의 뒤로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이나 성모자 왼쪽에 소와 나귀(이스라엘 백성과 이교도들을 의미)에서도 아기 예수의 탄생은 인간세계뿐만이 아니라 자연세계를 비롯한 전우주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말한다. 세 명의 동방박사는 모두 호화로운 궁정 예복을 입고 있다. 가장 나이 많은 박사는 꿇어 엎드려 있고,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박사는 한 손에 예물을 들고 허리를 숙여서 예수님께 경배하고 있다. 젊은 흑인 박사는 예물을 손에 들고 무릎을 꿇고 있다. 동방박사들은 황금, 유향,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황금은 그리스도께서 하늘과 땅의 왕이신, 임금의 상징이다. 유향은 가장 거룩한 제사에서 태우는 값비싼 향료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의미한다. 몰약은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하느님의 어린양임을 뜻하는 예물로서, 참사람이심을 상징한다. 박사들이 가진 예물을 아기 예수님께 드릴 때 그들은 바로 자기 자신들을 선물로 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별을 따라 베들레헴에 와서 아기 예수님을 경배한 동방박사에 대한 보답으로 하느님께서는 그 별빛보다 더 강력한 빛으로 그들의 마음을 비추셨다. 초라한 마구간(동굴) 구유에 태어난 아기였을지라도 그들은 그 아기가 바로 세상의 구원자이자 자신의 구원자임을 알아보았다.
“모든 임금들이 그에게 경배하고 모든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하소서.”(시편 72,11)
[2015년 1월 4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 그림 파일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것입니다. (원본 : http://www.wga.hu/art/m/mantegna/1/chapel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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